<유통기한> - Written By 희연기우 형^^
등장인물 : 소년, 소녀, 형, 친구1, 친구2, 친구3, 엄마
[1]
(골목길, 소년 쭈그리고 앉아 사진을 보고 있다.
말없이 사진을 내려놓는다. 형 옆에서 지켜보다가 옆에 가서 앉는다.)
형 : 넌 네 자신을 잃어가고 있구나.
소년 : 내 자신? 내 자신은 여기 이렇게 있는데?
형 : 그런 걸 말하는 게 아니야. 너에게도 꿈이 있지 않았니?
소년 : (잠시 정적) 그 애에게 좀 더 잘해주어야 했어..
형 : (한숨) 그건 네 자신의 꿈이 아니야. 넌 네 자신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구나.
네가 어디 있는지 보이지 않는 거니?
소년 : 여기...있지... 그 애의 향기가 남아있는 곳.
형 : 그런 건 아무 소용없어!
소년 : 형은 가끔씩 너무 무서워.
형 : 인생을 후회 없이 살아야해.
소년 : 난 내가 이기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조차 자연스럽다고 생각했어.
그게 제일 후회스러워.
(정적)
형 : (관객 쪽을 보며) 저기 누가 버려놓은 거울이 있구나. 저 거울을 좀 봐.
지금 거울에 비친 네 모습을 보면서 부끄럽지 않다면 넌 네 자신을 다 잃어버린 거야.
소년 : 형 말처럼 정말 내 자신이 없었으면 좋겠어. 그럼 아픔을 느낄 수도 없을 테니까.
(정적)
형 : 네가 좀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게 그런 잘못을 보상하는 거라는 생각은 안 하니?
소년 : 형은 이제 날 아이 취급하기 까지 하는 거야? 이미 그럴 수 있는 시간은 지났어!
형 : 그럼 어쩔 건데? 니가 이렇게 오랫동안 감상에 빠져있는 건 도대체 뭘 위한 거지?
소년 : .....날.... 위로하는 거야.
형 : 상황을 정확히 봐! 넌 그렇게 불쌍한 놈이 아니야.
소년 : 상황을 정확히 보면 결국은 혼자일 수밖에 없어. 그런 모습을 감사하게 받아들이고
그나마 그런 걸 느낄 수 있게 된 걸 고맙게 여기는 일은 사이비 종교나 할 일이야.
형 : 그럼 네가 바라는 건 뭐니?
소년 : 하지만 뭘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야.
형 : 그럼 이런 감상 따윈 집어치울 수도 있지 않겠니?
소년 : (못 들은 척) 바보같이 내가 예외가 될 수 있을 거라 믿었어.
형 : 그래! 나도 네가 바보라는 덴, 동의 할 수 있을 거 같다. 답답한 자식!
(성큼성큼 나간다.)
소년 : 누구나 다 알고 있으면서, 그렇게 말해버리면
정말로 그렇게 돼 버릴까봐 다들 쉬쉬하고 있어.
(가벼운 웃음) 그렇게 서로 바보가 되길 자청해줘야,
세상에 그 많은 거짓말들을 허옇게 칠해 놓고! 못 본척하고!
그렇게나마 살 수 있는 거 아니겠어?
[2]
(소년의 어린 시절이다. 많이 어릴 필요는 없다.
소년 홀로 무대 등장한다. 엄마는 목소리면 충분하다.
가운데 놓여진 탁자 위에 우유 몇 병)
소년 : (뛰어 나오며) 엄마 목말러!!
엄마 : 거기 탁자에 있는 우유 마시면 되잖니...
소년 : 초코 우유는?
엄마 : 그 알갱이 씹히는 우유가 어디가 좋니?
그렇게 매일 이빨만 썩히잖니?
그리구 너 정도면 이제 흰 우유를 얼마든지 먹을 수 있잖니?
소년 : 싫어, 싫어!!
엄마 : 바보야 정신 차려. 다시 한번 말하지만 흰 우유 먹어라!
소년 : 목마르지만 않아도 내가 흰 우유는 안 먹는다.
엄마 : 유통기한 꼭 보고 마셔라!!
소년 : 넵!
(소년 우유 병 중 하나 골라 마시다 갑작스레 뱉어낸다.)
소년 : 우웩! 이게 뭐야! 엄마! 우유가 이상한 죽이 됐어!!
엄마 : 그러게 잘 보고 마시랬잖니!!
소년 : 그래도 그렇지 날짜 지났다고 이렇게 되는 게 어딨어!!
엄마 이거 물어내라 그래
엄마 : 유통기한 지날 때까지 둔 게 잘못이지 인석아!
소년 : 아이씨 쩌번엔 한달된 과자 먹었는데.
엄마 : 과자는 유통기한이 길잖니.
소년 : 어, 그럼 과자도 언젠가는 못먹어?
엄마 : 잔소리 말고 상한 우유는 밖에다 버리렴.
소년 : 에이 아깝다. 여기 어디 우유야?
상표도 구리게 생긴 걸 왜 샀대.
엄마 : 그래도 그게 젤 나.
소년 : 그래도 난 여기 꺼 다신 안 사먹어. 엄마 우유 사러 갔을 때
쫓아갔어야 되는데 아유 후회된다.
엄마 : 미리 안 먹었던 걸 후회해야지. 얘가..어디 가서 바보 소리 들을라구.
소년 : (투정하는 투) 목말라서 우유 먹는 게 왜 바보야?
(머리에 손 가져가며) 이거 먹어서 그런지 머리 아픈 거 같애.
(주저앉아서 상체 수그린다.)
[3]
(하교길이다. 소년과 친구1 등장)
친구1 : 아유 그래 갖구 그 미술이 또 싸이코 짓 했잖아.
소년 : 이번엔 모 했는데?
친구1 : 애기 목소리 내면서 막 애들한테 찰흙던지고...
소년 : 어이구 야 이번 건 쎄다 야
친구1 : 지는 지가 애기 목소리 낼 때가 제일 섹시하대.
소년 : 우하하.. 그 새끼 변태아냐?
친구1 : 야 싸이코는 걔가 짱먹지만 변태는 또 있잖아...
(이 때 친구2 지나간다.)
소년 : 어...
친구1 : 왜?
소년 : 쟤 나 아는 앤데... 쌩까네..
친구1 : 누군데?
소년 : 작년 같은 반.. 같이 앉은 적도 있었는데..
친구1 : 아이, 그런 애들이면 쌩깔 수도 있지 뭐
소년 : 아냐,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안 그랬는데...
내가 모르고 먼저 쌩깐적 있나?
친구1 : 야, 한번 쌩갔다고 지도 쌩까는 애는 버려도 돼!
소년 : 그래도 찜찜하네...
친구1 : 야, 너 내 친구 맞어? 안 어울리게 왠 소심이야?
소년 : 친구를 생각하는 깊은 뜻을 어찌 소심이라 하는 것이냐
친구1 : (웃으며) 그럼 쫓아가서 무안이라도 주게?
소년 : 정말 그럴까...
친구1 : 증말 할라고? 이제 걔 볼일도 별로 없을 거 아냐?
소년 : 쟤도 나 못봤나?....
친구1 : 바보야. 이미 떠난 일일랑 생각하지 말구 나한테나 잘해라.
소년 : 내가 니 꼬봉이냐? 잘하긴 뭘....
친구1 : 어 그럼 꼬봉 아냐?
소년 : 어 이런 미친 새끼 (장난스레 친다.)
친구1 : 어쭈!! 꼬봉이 어딜..(맞받아친다.)
소년 : 야 너 내 성격모르냐?
친구1 : 오오 너 성깔있는 꼬봉이구나
(이런 식으로 장난치며 반대쪽으로 함께 퇴장)
[4]
(이제 그들의 동창회다. 친구2 앞에 소년 앉아 있다.
친구1, 소녀 등등 같이 있는 술자리다.)
친구1 : 야야 마셔마셔 (쨍하며) 야 진짜 반갑다 응?
소녀 : 여자는 나 밖에 없나봐? 나만 보고 싶었나보지?
친구1 : 아이 우리랑 놀아주는 여자가 너 밖에 더 있냐?
소년 : 야 너무 그러지 마라. 그래도 졸업하고 처음 모이는 자린데..
친구1 : 그래그래 한잔(소년과 쨍) 오~~ 구욷~
소년 : (친구2에게) 잘 지냈냐?
친구2 : 그럭저럭 너는?
소년 : 나야 뭐 남들이랑 똑같지..
(둘간에 서먹서먹한 듯 서로 이리 저리 딴 데 보고
핸드폰 꺼내 봤다가 결국은 술잔에만 손이 간다.
그 사이 옆 자리는 떠들석하다.)
친구1 : 야 너 그 미술 생각나냐?
소녀 : 야 그 싸이코를 어떻게 잊냐?
친구1 : 아직도 그 나이에 그 짓 할까?
(둘 푸하하 웃는다.)
친구2 : 돌아가셨어.
(정적)
친구1 : 아...그래?
소녀 : 야 마시자 마셔!
소년 : 오케오케
(모두 술잔 부딪친다.)
친구3 : (친구1에게) 야 진짜 고맙다.
난 우리 반 애들 연락처 다 잃어버렸거든.
친구1 : 나도 거의 몰랐는데 졸업앨범이랑 또 (소년 가리키며)
이 자식이 아는 거 몇 개랑 해서 알아봤지.
그래도 연락 꽤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별로 안 왔네.
친구3 : 이 정도면 많이 온 거야. 우리가 졸업한지가 언젠데...
친구1 : 그래도 말이야... 졸업해도 우리 팀은 절대로 안 깨진다던
자식들은 다 어디 간 건지 말이야...
친구3 : 어디 그러기가 쉽나?
소녀 : 그래. 너 진짜 수고했어.
친구1 : (소녀 가리키며) 얘까지 나왔는데 말이지..
친구3 : 그래그래 우리라도 연락 끊지 말고 지내면 되지 뭐
소녀 : 그래 맞아
친구1 : (과장된 손 내저음) 아 인제 안 믿어, 안 믿어!
친구3 : 거 남자새끼가 삐지기는. 그럼 담 부턴 내가 애들 모으께...
친구1 : 어 진짜?
친구3 : (다이어리 꺼내며) 자자 내가 여기다가 써논다.
(쓰며)야 (보여주며)봤지?
친구1 : 오 굳~
소년 : 해결 됐음 한 잔 하자!
모두 : 그래 그래
(쨍잔)
[5]
(앞의 그 골목이다. 소년 길가에 토하고 있고 소녀가 부축한다.)
소년 : 우욱 우웩~
소녀 :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
소년 : (일어서며) 아...모르겠다. 오랜만에 토하니까 죽겠다.
꼭 상한 우유 마신 거 같애. (웃음, 소녀도 같이 웃음)
넌 별로 안 마시더라.
소녀 : 네가 많이 마신거지..그리고 요즘 몸이 좀 안 좋아서..
소년 : 난 자리가 안 좋았던거 같애...술 먹는거 밖에 할 게 없드라고...
소녀 : 그래도 나 같이 튼튼한 애가 같은 방향이니까 다행인 줄 알어!
소년 : 어..너 튼튼한거냐? 몸 안좋대며!
소녀 : 너 부축하고 온 거 보면 모르냐?
그리고 사회 생활하다 보면 다들 튼튼해지는 것이지.
소년 : 근데 난 왜 아직도 이 모양이래냐?
소녀 : 학교 다닐 때나 지금이나!
소년 : 어? 내가 학교 다닐 때 약했단 말야?
소녀 : 너 체력장 할 때마다 기록 고치고 그랬잖아.
소년 : 그건 남들도 다 하는거야
소녀 : 그래도 넌 하나도 안 빼고 다 고쳤어!
소년 : 아이 그런 게 뭐 그렇게 중요하냐? 정신자세가 중요한 것이지
소녀 : 정신자세는 좋은 줄 알어?
소년 : 내가 뭘?
소녀 : 너 야자 퉐라고 애들이랑 가스관 타고 3층에서 내려오다가....
소년 : 아~ 그거? 그 자식들 내가 아직 가스관에 붙어 있는데
학주 떴다고 먼저 다 도망갔잖아..의리 없는 놈들...
소녀 : 체력이 약하니 내려오는 것도 느리지.
소년 : 야 나 그래도 술은 원래 쎘었어..
소녀 : 그렇겠지
소년 : 아이 진짜래니까....근데...너 그런 거 다 어떻게 알아?
소녀 : 어?
소년 : 그런 거 아는 사람 별로 없을텐데... 너 나한테 관심있었구나!!
소녀 : 그랬었나...
소년 : (놀란 듯이) 어, 그럼 정말이란 말야?
소녀 : 너 그 때는 괜찮았어.
소년 : 지금은 별루냐?
소녀 : 별루라기 보다 그 때랑은 많이 다르지.
소년 : 어떻게 다른데?
소녀 : 원래 남녀간에 화학작용은 3년이면 끝이래잖아.
우리 졸업한지 그쯤은 되지 않았냐?
소년 : 그럼. 지금은....내가 니 남자 친구 하면 안 되는 거야?
(정적)
소녀 : 감정이 지나가면 그걸로 끝이야. 넌 그 때 나한테 눈길 한 번 안 줬잖아.
소년 : (하늘보고 웃으며) 야..후회되는데...
소녀 : 그런 거 후회하는 남자가 젤 바보다.
소년 : 내가 진짜 바본걸 어쩌겠냐...
(멋 쩍은듯 웃는다. 소녀 따라 웃는다. 웃을 때 소리내지 마라. 이상하다.)
[6]
(소년의 집 안이다. 무대 담당에게 사과의 말을 전한다.
형이 다이어리 정리하고 있다. 소년 등장하며)
소년 : 형, 뭐해!
형 : (정리에 몰두하여 무관심조) 어...다이어리 정리
소년 : 벌써?
형 : (제대로 듣지도 않은 듯이) 응....
소년 : (기웃거리더니) 그런 거 뭐 하러 하냐?
형 : 넌 이런 것도 안 하고 뭐하냐?
소년 : 난 생산적인 일 아니면 안 해.
형 : 얼씨구. 이렇게 예쁘게 꾸미는 게 생산적인 게 아니면 뭐냐?
소년 : 거, 종이도 별로 이쁘지도 않구만 뭐. 껍데기도 옛날 거 그대로고.
형 : 니가 되지도 않게 아령 산다고 돈 꿔 가는 바람에 그런 거 아냐.
다 늙어서 왠 갑빠 타령이야.
소년 : 저...그...늙었으니까 배 나올까봐 그러는 거지.
형 : (다이어리에서 속지 한 장 꺼내며) 이건 이제 버려야 겠다.
소년 : 그게 뭔데 버려?
형 : 한 때 나를 사모하던 여인의 작품이다. 예술이지 않냐?
소년 : 근데 그걸 왜 버려?
형 : 그럼 이 닭살시런 거 갖고 뭐해?
소년 : 추억이잖아.
형 : 난 늙어서도 옛날 생각은 안 하고 살 거야.
소년 : 후회할걸.
형 : 이런 종이 쪽지 하나 버리고 후회는 무슨...
소년 : 허이구! 자기가 무슨 선순 줄 아나부지?
형 : 야, 너 괜히 너한테 이런 거 주는 여자 하나
없으니까 나한테 시비 거는 거지, 지금?
소년 : 내가 왜 없어.
형 : 그럼 있어?
소년 : 있어! 보여줘? 보여줘?
형 : 그래. 보여줘 봐봐!
소년 : 그게....내일 보여 주께!!
형 : 아이 시끄러
소년 : 진짜야!
형 : 에~~퍽도 진짜겠다.
소년 : 아 진짜래니깐!!
형 : 야야 정신 사납다. 저리가!
소년 : (중얼중얼) 거 종이 쪽지 같고 되게 @#$%*&^......
(소년 잠시 관객 쪽 바라보고 멍하니 앉아 있는다.)
소년 : 형!
형 : 아 왜 또!
소년 : 내가 약해 보여?
[7]
(병실이다. 침대에 소녀 누워있고 옆에 친구1있다.)
소녀 : 걘 왜 불렀어?
친구1 : 니가 얼굴 한 번 보고 싶다며
소녀 : 별로 안 내키는 걸.
(소년 뛰어 들어온다.)
소년 : 어떻게 된 일야?
(소녀 고개 돌린다.)
친구1 : 앉아 , 임마.
(소년 소녀를 바라본다.)
(암전)
(병실 소녀는 없다. 소년이 병실 정돈하고 있는데
옆에 있던 친구1 다가선다.)
친구1 : 너 이제 여기 오지 마라.
소년 : 뭐?
친구1 : 너 얘 좋아하지?
소년 : 무...무슨 얘길 하는 거야?
친구1 : 나중 가서 더 힘들어지지 말고 일찌감치 잊으라구
소년 : 내 걱정은 말고 니 감정이나 잘 추스리지 그래?
친구1 : (멈칫) 걱정 마, 난 원래 감정에 뒤 끝 같은 건 없어.
소년 : 그래? 그렇게 칼 같이 사람들...그 마음들 탁탁 잘라낼 수 있어서 넌 참 좋겠구나!
친구1 : 뭐 임마?
소년 : 난 내가 뭘 하든 후회는 안 해
친구1 : 니가? 아는 애가 쌩까고 지나가도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니가?
소년 : 이번에는 다를 거야
친구1 : 아니! 넌 절대 끝나는 걸 인정 못해
소년 : 도대체 뭐가 끝난다는 거야?
친구1 : 너를 쌩까는 애는 더 이상 너랑 같은 반이 아니라는 게 무슨 뜻인지 알고 있던 거야.
소년 : 그게 무슨 말이야?
친구1 : 걔가, 걔한테 있어서 인간관계가 항상 옆에서 부대끼는,
그런 관계라고 믿고 있다면 말이야...
걘 벌써 너와의 관계가 끝난 걸 알고 있던 거야. 누가 말이지....
그 사람이 가야하는 길이 너랑 아무 상관이 없는 길로 보인다면
더 이상은 아무 인연도 없는 거야. 그러면 그 사람에게 넌 끝난 거야!
유통기한이 다 된 거라구! 먹어봤자 너만 다쳐!
소년 : 얘한테 난 끝난 게 아냐. 날 쌩까던 놈들하곤 다르다구!
친구1 : 그 녀석들이 너와 상관없는 길을 가게 된 거랑 얘가 더 이상 너랑 같은 세상에 있을 수 없는 거랑 뭐가 틀리지?
소년 : 그럼 도대체 사람들끼리 관계 맺는 건 무슨 의미가 있지?
친구1 : 내가 언제 무슨 의미를 찾으래? 받아들일 건 받아들여야 한다는 거야! 안 그러면 후회만이 남는다고!
소년 : 그런 후회라면 난 달게 받게 받겠어.
유통기한이 지난 음식, 그마저 나한텐 소중한 흔적들이니까...
단순히 기억으로만이 아니라 내 몸에 흔적을 남기고,
내가 살아있다는 신호를 주는 고통이라면, ... ,
그 음식이 처음 내 앞에 나타났을 때처럼,
완전히 새로운 관계로 나하고 같이 살아가는 거니까...
(암전)
(그 병실이다. 소녀 침대에 앉아 있고 소년 그 옆에서 만화책 본다.)
소녀 : 테레비 좀 켜줄래?
소년 : 지금은 아무 것도 안 할걸....한 여섯 시쯤 되야 애들 만화라도 하겠지.
(소녀 침대에 앉아 몸 흔들며 논다.)
소녀 : 야, 넌 내가 널 좋아한다고 생각 하냐?
(소년 대답 없다. 소녀 침대에 누웠다 다시 일어난다.)
소녀 : 쫌 있으면 엄마 오니깐 너 이제 가도 돼.
(대답 없다. 소녀 침대에 누웠다 다시 일어난다.
갑자기 머리가 아픈 듯 머리에 손을 가져간다. 상체 수그린다.)
[8]
(소년 그 골목에 쓰러져 잠들었다. 형 나왔다가 깜짝 놀라 다가간다.)
형 : 야 임마!! 여기서 자면 어떻게 해? 이 자식이 폐인 다 됐네...(일으켜 깨운다.)
소년 : 어...여기서 내가 왜 자고 있지?
형 : (한숨) 니가 봐도 니가 우습지? (소년 대답 없다.)
그러게 어른 말 안 들으면 손해보는 건 너야.
소년 : 내가 말 잘 들으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아?
형 : 그런 건 동정 받고 싶은 어린애 투정밖에 안 돼. 정신차려 임마!
소년 : 한숨 자고 나면 괜찮아질 거야.
형 : 그래 얼른 집에 들어가자. 산 사람은 어떻게든 사는 거야.
소년 : (멈추며) 형...
형 : 왜?
소년 : 형 다이어리 말이야.
형 : 다이어린 왜?
소년 : 죽은 사람도 다이어리에서 빼?
형 : 글쎄...연락처 같은 건 필요 없게 되겠지.
소년 : 그럼 죽은 사람이나 잊혀지는 사람이나 같은 거네....
형 : 그런 바보 같은 말이 어딨어? 사람이 죽는 건 그렇게 단순한 일이 아니잖아.
소년 : 형..
형 : 왜 임마!
소년 : 나는 거울에 내 모습을 비춰봐도 소용이 없어.
형 : 왜?
소년 : 난 다이어리가 아니거든.
형 : 바보 같은 소리 그만 하고 집에 들어가자. (부축)
소년 : 그래...바보처럼 지낸대도 살아 있을 수만 있으면
언제든 다시 내가 옳다고 거짓말을 할 수 있겠지.
거짓말이 들통나더라도 내가 보고 싶은 건 거울이 아니라
새롭게 자리 매겨지는 내 기억의 흔적들이니까 괜찮아.
(형 따라 집에 들어간다.)
-막-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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